나의 영웅은 그렇게 떠났다.
그것은 아픔도 슬픔도 아닌
누군가의 말처럼 '상실감' 그 자체였다.
맨몸으로 부딛혀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흔적들.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 길이 되었는데
그 길의 끝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하지만
전태일의 죽음이 그랬던 것 처럼
이 죽음이 끝이 아닌
어떤 희망의 씨앗이 되길...
그런데 조문하러 간 사람들이 불법시위대로 변할 수도 있다며
경찰을 풀어놓은 아이디어는 도대체 누구의 생각이니?
법이고 나발이고 다 좋은데 최소한 국민으로서의 양심은 지키자.
이제 내 편 아니면 다 적이라는 식의 당신들의 흑백논리는 역겨워.
10년 전에 겨우 은퇴한 사람을 다시 끌어들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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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그 날.
나는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를 걸으며
오래전 그와 우리의 승리를 추억했고,
하나 둘 씩 모이는 전경버스들에 이를 갈며
조금도 바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지금의 세상에 개탄했다.
5월 23일. 대한민국. 서울.
내 카메라 속에 담긴 그날은 더웠고
피맛골은 철거가 시작됐지만
대림,우정집,열차집은 아직 영업중이셨고
인사동은 여전히 웃고 떠드는 사람들로 바글거렸고
탑골공원 어르신들의 주름도 여전했고
을지로 뒷골목의 아크릴 냄새와 용접 냄새와
충무로 인쇄소 골목의 분주한 인쇄기와 코팅집의 어지러운 냄새도 여느 때와 같았다.
그리고 세운상가는 벌써 철거되어 그 자리에는 잔디밭이 생겼고
서울시청은 공사를 위해 거지같은 껍데기를 씌워놓고
홍보관에서 가식적인 웃음을 나눠주고 있었다.
전경들의 복장은 예전보다 더 강해보였고
민노총의 집회는 정말 볼품없이 작아졌으며
분양소 설치를 준비하던 덕수궁 앞은
문상객보다 경찰들이 벌써 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아 대한민국
아 아 우리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