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정원형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나와 같이 술에 젖어서 보고싶다며 나를 찾았다.
나는 깊은 밤 문득 외로워질때 찾을 곳이 없어서 더 쓸쓸했는데
이 인간은 내가 당연히 안 잘 것을 알고 나를 찾았다.

1999년 경민대학 만화예술과에서 
나와 정원형과 상건형과 희광형은 또라이 4인방으로 유명했고
우리는 함께일 때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10년이 지나 
나는 또 다른 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있고
정원형은 잘나가는 만화가로
상건형은 잘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희광형은 음...뭐하지? 이 사람은?

어쨌든
사람이 몹시도 그리운 밤
정원형과 전화기가 뜨거워지도록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한켠이 따뜻하기도 하고 
어딘가 시리기도 하고
항상 형들에게 못한것만 생각나는 나에게
이 형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다정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형노릇 오빠노릇 하려고 하면서 가오나 잡지만
이 형들 앞에서는 항상 99년 스무살 철없던 시절로 돌아가서
일단 싸가지를 밥말아먹고 나가게 되는 나.
그래도 이렇게 나를 찾아주고
내가 찾기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어쨌든 지금은 새벽 2시.
사디의 방들은 불이 꺼지지 않네.


우리의 졸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달 반.





2003. 군대 휴가 나왔을때. 
휴가중인 나의 머리는 어찌된 일인지 귤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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