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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에게는 처음으로 편지를 쓰는구나.
그런데 그 편지라는게 너를 통해 쓰고 있으니 좀 이상하기도 하네.
하지만 나 이상한거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나에 대해선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테니 네가 이해 해줄거라 믿어.

그저께부터 네가 뻗어서 깨어나지 못하니까
마치 내 가족이 아픈 것 마냥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사실 답답함보다 그동안 내가 너를 너무 혹사시킨건 아닌지 하는 반성도 좀 들었어.
2006년 가을에 내 보물 1호로 네가 내 곁으로 오게되면서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함께 했고, 함께 울고 웃었지.
너와 함께 내 새로운 도전의 준비도 하고
많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놀기도 많이 놀고
특히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공원에서 길거리에서
너와 함께 놀 때엔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었어.
그렇게 고맙고 소중한 너였는데
난 너를 너무 막 대했던것 같아.
너를 위해 그동안 내가 해준거라고는
메모리를 2기가로 늘려준 것과
너에겐 답답할 수도 있었던 아크릴케이스를 씌워주고
네 얼굴의 상처를 방지해주고자 투명 스티커를 발라준 정도가 다지.
누구처럼 너의 OS를 새로 밀어서 너를 좀 가볍게 해준다던가
하드디스크를 바꿔준다던가 하는 일은 그냥 무시하고 있었지.
네가 너무 잘 돌아가니까...

하지만 이번에 3일간의 너의 투병을 바라보고
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벌떡 일어난 너를 보고
(난 정말 놀랐단다.-_-; 다 뜯었다가 다시 조립하니까 네가 살아나다니...)
앞으로는 너를 보다 소중하게 다뤄주여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고 있어.

사실 그동안 갈등이 많았어.
다른 친구들이 속속 맥북프로를 구입하고 너와 같은 급의 애들이 가격이 마구 떨어지고
점점 너의 액정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가면서 더 늦기전에 너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나도 돈을 더 모아서 맥북프로를 구입할까하는 생각이 컸는데
어쩐지 나는 너를 다른 사람에게는 보내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너의 숨소리와 너의 체온과 약간 아쉬운 너의 얼굴빛까지 모두 사랑하니까.

다시 깨어나 주어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함께 할 일 정말 많잖아.
언제까지나 함게 하자.
언제나 함께 열심히 즐겁게 함께 지내자.

나의 소중한 동역자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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