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PC통신 동호회 동생들을 만났다.
당시의 나는 감수성 풍부한 문학청년으로서 모 PC통신의 문학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고
전국구로 다니며 정모와 번개에 참여하곤 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당시 우리의 아지트이던 PC통신도 이젠 없어져버리고
그때의 인연들도 하나씩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지만
이녀석들만은 이 무심한 나를 형이랍시고 오빠랍시고 연락의 끈을 놓지 않고 찾아주었다.

그나마 몇년에 한번씩은 봤던
내가 바빠서 약속을 깨도 지가 더 미안해하던 상냥한 와리녀석은 
IT업계에서 자리잡고 가계부 쓰는 총각이 되어있었고
10년 전 번개에서는 교복을 입고 나타났던 수줍은 많은 고1 소녀 숙희는
벌써 스물여섯의 아가씨가 되어 회사와 취미의 이중생활을 누구보다도 잘 누리며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는 내 팬클럽 회장이더니 인생이 다 그런거지... 

그렇게 똑같이 나이를 먹은 우리는 
이젠 오래된 친구가 되어 편하게 옛이야기도 하고 지금 이야기도 하고
앞날의 이야기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은, 그 이야기들은 더더욱.




이제는 아가씨가 된 숙희양과 제법 아저씨 냄새나는 와리군







하지만 나는 당췌 늙지 않는다.











..이 사진을 보면 이것들이 나를 죽이려 하겠지만...





10년 전의 그와 그녀.









10년 전의 나와 그.
난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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