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일

야부리 2007. 5. 4. 12:35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기 보다는 마음이 무거웠다는 쪽이 맞겠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대강입고 나온 옷은 춥고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고 마는 그런 날...

 나는 사람의 의식적인 기억이나 기록보다 무의식적인 기억들이 훨씬 선명하고 강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이라던지, 거리 어딘가에서 스쳐지나갔던 누군가의
향기라던지, 잘 기억도 나지 않은 어느 동네에서 먹었던 오뎅국물의 시원함이라던지...

 5월 4일은 그러고 보니 우리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다. 머리에 담겨졌던 그 사실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퇴색되어져서 기억조차 흐릿한데, 나의 마음은, 나의 눈은 그 날을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나에게 기억해 낼것을 강요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 시간만큼 나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예년과는 다르게 이번에 이렇게 더 아프고 무겁게 느껴지는건 무슨 이유일까..
 난 더이상 외로울 이유도 마음 아플 이유도 없는데 왜 이렇게 슬프고 그리운걸까..

힘을 내야하는데..
어서 오늘이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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