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언제한번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정리한 생각을 이곳에도 남긴다.
그래. 난 그런 사람이었어...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누가 나에게 디자이너라고 하면 부끄럽고 어색하다. 
디자이너로 불릴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고 그만한 실력도 갖고있지 않다.
디자인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졸업해서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여러가지를 만들어 왔지만,
난 단지 나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의 바램과 꿈을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현실화 시켜주는 일을 해왔을 뿐이다. 

어떤 일을 대할때 나의 시작은 그 사람 혹은 기관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왜 이것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만들어진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바램이 잘 담길 수 있도록 조심조심 만들어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것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직 나는 내 냄새마저 감출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3자가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사람들의 꿈'을 보았을때 내가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누군가의 꿈을 만들었을 때 그것의 주인공은 그 꿈이어야 하고 그 꿈의 주인이어야 한다. 
예를들어 어떤 책을 만들때 나는 그 책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가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작가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을것인지. 그것을 고려하며 그릇을 만든다. 
그릇은 그릇 자체로 예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그릇 고유의 브랜드가 드러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릇은 그릇일뿐이다. 
내용물이 돋보이고 먹는 이들에게 잘 먹히고 먹는데 방해되지 않게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그릇의 역할이어야 한다. 

그래서 난 디자이너로서는 실격이고 어디가서 디자이너라고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아니 그러기 싫다.
요즘세상의 디자이너라면, 그렇게 보이는 그들의 흐름속에 좋던 싫던 발을 담그고 따라가야
어디가서 나도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디자이너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을텐데
난 전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으며 그게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그럴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세상의 디자이너들의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니까.
 
그렇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나는 단지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내가 지난 한해동안 만난 사람들은 
이야기가 담긴 음악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피아니스트가 있었고
예쁜 커피집을 만들어서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아주머니가 있었고
자신들의 영웅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백권이 넘는 스케치북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어하던 작가선생님이 있었고
어린아이들에게 책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했던 선생님이 있었고
연례행사로 그칠 보고서를 보다 잘 만들고 싶어하던 책임감 강한 공무원아저씨도 있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잘 살리고 싶었던 작은 출판사 사장님도 있었고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정말 훌륭한 자신들의 아버지이며 남편인 고인의 생각과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도록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소박하고 예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주 조금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머릿속에서만 희미하게 맴돌던 자신들의 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쥐었을때,
그때 그들의 표정을 난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내가 이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틈틈히 나는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씩 하나씩 그려본다.
나의 꿈들은 언제 내 손에 잡히게 될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꿈을 꾸고 이루어가는 지금
정말 행복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내 꿈을 하나씩 그려가고 이루어 가는 삶.
그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다.

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남들에 비해서 돌아서 간다고 할지라도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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