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디카로 찍는게 아닌 사진관에 앉아서 찍는 증명사진. 
예전에는 매년 한번씩 찍기로 결심하고 꼬박꼬박 찍었던 것 같은데
한동안 잊고 살다가 거의 5년만에 찍은 것 같다.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며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피식 웃다가
웃느라고 고생했네 하는 안쓰러운 생각도 잠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서랍을 뒤져, 찍은지 얼마 안된 아버지의 증명사진을 발견했었다.
와...이 아저씨가 죽을 줄을 알고 있었나. 이건 또 언제 찍어놨데...하며 목이 매였었는데
나중에 아버지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진이 
당시에 아버지가 들고다니던 이력서에 붙이기 위한 사진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때 즈음 부터였던 것 같다.
매년 증명사진을 꼬박꼬박 찍고 
내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아파하지 않게 밝은 표정을 짓는 것.
그리고 꼭 한장씩은 남겨두는 것.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게 인생이니까.




그리고
이제 내일부터는
정말로 웃을 수 있는 일이 가득가득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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